▲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양경자 전 이사장의 뒤를 이어 취임했다. 지난 1월 5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실에서 백종환 대표와 인터뷰를 갖고 취임 소감을 밝히고 있는 이성규 이사장. ⓒ에이블뉴스

[취임 인터뷰]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이 취임했다. 임명과정에서 장애인고용분야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성, 사회복지분야의 정책개발 및 연구능력, 조직관리 능력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 만큼 업무경험 및 능력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계와의 불편한 관계 복원과 지난해 2명의 수장이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공단 내부의 사기를 높여야하는 당면과제가 주어졌다. 또한 공단의 모호한 정체성을 확립해야하는 책임도 져야한다. 지난 5일 이성규 이사장을 만나 앞으로의 각오와 함께, 비전을 들어봤다.

백종환 대표: 공단은 지난해 2명의 이사장이 사퇴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는데, 새해 첫 시작과 함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소감은.

이성규 이사장: 3일 임명장을 받고난 뒤 정문을 들어오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공단을 떠난 지 11년만에 다시 복귀하게 됐다. 떠날 때 만해도 공단이 심장박동소리가 좀 있었다. 조직 내에 심장박동 소리가 있었는데 근간에 여러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내·외부 환경의 영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심장박동 소리가 줄어들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소리를 되살리는 것, 또 새로 CEO가 된 나의 몫인 것 같다.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큰 고객인 장애인, 장애인계와의 소통을 넘어서는 공감, 그 공감 부분을 염두해 두면서 조직을 활성화시켜야 되기 때문에 고난도 입체공학이 필요할 것 같다. 이 일을 하지 않고서는 이런 문제들이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갖고 임했다.

백종환: 장애계와의 소통을 언급했다. 그 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지난해 양경자 전 이사장 사태를 지켜보면서 일부 공단 직원이나 또 고용노동부 장관의 언론 인터뷰를 보더라도 ‘공단이사장은 장애인이어야만 한다’라는 장애인당사자, 비장애인 구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장애계의 시각은 다른 것 같다. 장애인이어야만 된다는 건 아니었고 비장애인이어도 되는데, 전문성 여부가 핵심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떤 입장인가.

이성규: 공단은 장애인 당사자성, 당사자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당사자성을 강하게 간직한 그런 분들이 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람직한 부분도 있다. 그리고 전문성과 당사자성이 융합이 되면 더더욱 좋다.

장애인계에서도 딱히 당사자나 비당사자라는 이항대립적 사고를 갖고 주장한 것 같진 않다. 다만 선임 과정이 좀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인사 문제라는 게 원래 그렇다. 인사 과정을 급작스럽게 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여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장애인계에서 수용할 수 있는 여유와 사전소통 이런 부분들이 좀 부족해서 대립구도로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이게 정치권과 연결이 되면서 장애인단체에서 정치권에 요구하고, 거기에 논의를 세울 때는 장애인 당사자가 갈 수 있는 메이저급 자리중의 하난데, 장애인 당사자라면 좀 더 좋겠다라는 뜻도 있어서 그것을 넓게 정치권과 정부가 그렇게 해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백종환: 양경자 전 이사장 사태 때 원인 제공자로 곤욕을 많이 치렀다. 이 때문에 장애인계는 이사장에 응모한 것에 대해 상당히 당황하는 눈치였다. 어떤 동기로 응모했나.

이성규: 처음 양경자 전 이사장이 공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성과 및 능력 중심 속에서 사실 지지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계가 서운한 감정 표현을 상당히 강하게 했고, 일부는 비판도 했다.

처음에는 좀 서운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과연 내가 했던 일이 장애계에서 자연스럽게 시험할 수 있는 순서와 절차, 그런 과정을 밟아서 했던 가’라는 부분에 대해서 성찰하는 기회가 됐다.

당시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 이 문제는 장애인계와 한번 숙명적으로 내 마음을 드러내놓고 풀어야 될 숙제이고, 성찰하고 있는 부분을 진심으로 내보일 기회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했다.

처음에 관련 당사자 같은 느낌 때문에 응모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마음으로 오히려 가서 일을 잘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성찰하는 마음을 보여 장애계와 완전한 소통을 하라는 말을 들었다. 여러분에게 미안한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소명이고 숙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응모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 ⓒ에이블뉴스

백종환: 그런데 1년 3개월만 근무하고 국회로 진출하려 한다는 소문이 퍼져있다.

이성규: 정무적 관점에서 보는 것 같다. 국회 진출의 발판을 삼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한 적이 없다. 그런 말이 회자되는걸 보고 역시 옳지 않은 말도 많이 도는 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대학 교수를 하면서, 서울시에서 복지업무를 5년째 해온 공직자 중의 공직자로 그런 헛소리를 하겠나. 예단성 루머다. 그래서 신경 쓰지 않는다.

백종환: 소위 낙하산 인사라는 말도 들었을 것이다. 인정하나.

이성규: 낙하산 인사?, 낙하산 자체를 타보지 않았다. 공식적으로 응모했다. 심사위원으로 장애계에서 대표성 있는 두 분이 참여했고, 1차 서류심사와 면접과정에서 혹독한 질문을 받았다. 아주 난타 당하는 심정으로 심사위원들의 질문에 답했다. 임원추천위원회가 아니라 청문회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구나, 내심 주관적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런 열띤 과정 속에서 뽑아 준 것으로 지금도 믿고 있고, 그분들의 뜻을 또 존중할 생각이다.

백종환: 아쉽게도 이성규 신임 이사장을 일부에서는 장애인 귀족이라고 말한다.

이성규: 아버지는 회사를 다니시면서도 점심을 드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버지 가족들의 생활이 어려워 삼촌들도 서울에서 막노동을 했고 조그만 단칸방에서 7명이 살았다. 나도 6학년 때 전학을 와서 고등학교 다닐 때 까지 삼촌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 성장했다. 아직까지 이런 사실을 외부에 이야기한 적이 없다. 일부에서 귀족장애인으로 매도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열심히 살았다란 자부심도 있다.

백종환: 귀족이라고 하는 이야기는 엘리트의식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대학 나오고, 현재 승승장구 하고, 그런 의미가 더 강한 것 아닌가?

이성규: 정말 공부는 열심히 했다. 하지만 직업을 갖고 있을 때, 청와대 있으면서 좌절을 겪은 적도 있다. 열심히 노력한 성과라고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다. 앞으로 일도 우리 장애인 당사자의 역동성과 행정의 질서, 그리고 전문가들의 비전이 융합되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

백종환: 고용노동부 이채필 차관과 같이 현재 공단을 설립한 장본인이다. 사석에서 이채필 차관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앞서 심장박동소리가 줄었다는 지적과 괴를 같이 하는 말을 했다. 요약하면 공단이 최근에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공단 설립과 장애인고용촉진법 재정의 기초를 만드는데 일조했는데, 현재 공단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나.

이성규: 공단의 장점은 우선 법률에 근거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장애인 고용 상황을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 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로 양적 팽창해왔다는 점이다. 국제비교를 해보면 결코 놀고먹진 않았다고 생각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항상 새로운 역동성을 만들어 내야 되는데 그 역동성을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유는 시대적 흐름을 잘 못 읽었다.

시대적 흐름은 두 가지다. 하나는 글로벌한 상태에서 장애인고용이라는 것이 선진화되고, 공정한 사회로 갈 때 어떤 핵심적 역할이 있는지에 대해 정책가·정치가·국민·장애인당사자들에게 알려내지 못했다. 다시 말해 장애인고용의 중요성과 핵심을 알리지 못한 것이다.

또 하나는 장애인계의 흐름이 재활모드에서 사회적모드 내지는 자립생활모드로, 장애인재활복지학이 장애학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의 긴장이 아주 불가피하다. 이 긴장을 피상적으로 본 것 같다. 이런 긴장관계는 정치화된다.

그래서 이 정치과정과 당사자성, 비당사자성에 이항대립관계가 분명히 역사적으로 선진국의 예에서 보면 나타난다. 이 때 과연 공단의 입장에서 진지한 고민을 해 보았는가라는 점이다.

공단은 그동안 아는 사람 위주로 만나서 주관적으로만 서비스나 사업을 전달하고, 네트워크 속에서 공단을 알려내는 원시적 소통관계에 머물러 있었다고 본다. 이 때문에 시대적 흐름을 리드하지 못하고 뒤따라가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이제 진단한 내용을 가지고 앞으로 공단을 새롭게 하는 비전을 제시하겠다.

백종환: 새로운 비전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성규: 우선, 사업을 더 파악 해봐야겠지만 예를 들면 당사자성이라는 것도 재활보조기구사업 중 공무원에게는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당연시 한다. 왜? 당연시해야 하는 것인가?

장애인당사자가 공무원이 됐든 기업이 됐든 아니면 해외취업을 했든 그분을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공단의 일이다. 공무원도 장애로 인해 일하기 불편한데 보조기기를 지원해 주지 못한다면 공단의 정체성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찾아 바꿔 나가는 현장형으로 일을 추진해야 한다.

또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증장애인을 고용시키는데 우리 공단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이것을 소리 나게 파 옮길 생각이다. 포털시스템을 만들어서 기업이 중증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겠다.

그리고 중증 장애인을 고용, 공정한 사회에 동참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서는 소리 나게 칭찬도 하고 동참하지 못한 기관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설득해서 중증장애인 고용문제를 해결토록 하겠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성규 이사장이 백종환 대표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에이블뉴스

백종환: 중증장애인의 고용문제는 복지부에서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복지부와 고용부의 갈등관계, 더 나아간다면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복지부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관계까지도 사업 영역에서 겹쳐지는 부분이다. 현재 어쨌든 중증장애인의 고용문제는 직업재활 측면에서 복지부에서 맡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창업지원인 영업장소 전대지원 사업은 모두 중소기업청으로 이전이 됐다. 그럼 남는 부분은 경증장애인의 고용문제만 남는다. 공단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낼지, 특히 공단의 존재가치, 정체성의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어떤 해법이 있는가?

이성규: 공단의 정체성은 이미 확립돼 있다. 지금도 중증장애인들을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는 가장 큰 핵심 역할은 공단에서 하고 있다. 직업재활사업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직업재활 관련기관들이 해왔던 일들로 사실은 고용문제와 약간 혼돈이 돼서 언제부턴가 직업재활과 고용문제를 믹스하면서 기금을 활용하는 과정에서부터 실타래가 얽힌 것이 아직도 덜 풀린 측면이 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은 정부와 협의해서 정책적, 제도적으로 풀어내는 방법들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제도적으로 각종 일자리 사업이라든가 장애인청년인프라 사업도 하고 있지 않는가? 보건복지부 산하에서 이런 일자리 사업은 나름대로 시범사업과 비슷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고용은 지속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다. 정부의 지원이 중단되면 고용유지도 사실상 쉽지 않다. 지금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이 문제를 안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본다.

본질적으로 복지부의 직업재활사업과 경쟁적 관계에 있지 않다고 본다. 다만 고용문제를 다루는 고용노동사이트에서 공단이 괜찮은 일자리를 중증장애인들에게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어서 경제활동에 참여시키느냐가 본질적인 고민이고 나머지는 프로그램적 성격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고용부와 복지부의 장애인 고용문제가 경쟁적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고 중기청으로 이관된 업무에 대해서도 큰 문제는 없다. 그것은 하나의 본질이 아니고 임대사업이기 때문에 오히려 공단이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공단은 앞으로 더 무궁무진한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발굴해서 선보이겠다. 그리고 복지부와 중기청 등 관계자들과도 소통하면서 함께 협력하도록 하겠다.

사실, 당사자 입장에서는 고용과 관련하여 고용부나 복지부나 중기청, 어느 부서든 상관이 없기 때문에 정부가 다 같이 종합적으로 서비스를 해 줘야 하는 것이다. 각각의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면 지원도 하겠다. 공단은 나름대로의 영역을 더 만들어서 더 일을 활기 있게 해나가겠다.

백종환: 그렇다면 중증장애인 고용문제를 풀기 위해서 정부의 창구일원화가 필요하지 않나? 복안을 밝혀 달라.

이성규: 이 문제는 더 신중하게 검토 해봐야 할 것 같다. 현재 우리의 복지는 노동부에서 사회적 기업 사업을 진행하고, 사회적 일자리사업은 복지부에서, 문화관광부에서는 문화와 관련된 사회적일자리를 하고 있고,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문제는 또 교육청에서 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도 복지, 노동, 교육분야에서 각기 이루어지고 있다. 특수교육과 고용과 복지가 융합돼야 한다.

이런 문제는 닫혀있는 관료주의 사고방식 부분들로 우리 장애인들이 복지를 체감하는 것마저도 훼손시킨다고 보기 때문에 정치, 정책적으로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문제는 공단 스스로 풀어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일을 현장에서 수행하는 핵심수행기관으로써 창구일원화를 포함해서 전반적인 시스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중장기적인 연구물을 가지고 함께 논의를 하는 자리도 만들고 그렇게 할 생각이다.

백종환: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인력감축 계획에 따라 공단도 연차계획을 세워 이미 인력감축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성규:기획재정부에서 모든 공공기관 준정부 기관들을 허리띠를 졸라매고 효율성을 높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그것은 정부에서 내린 지침이지, 단순히 기획재정부의 뜻이 아니다. 모든 정부들이 동의를 한 그런 측면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서 실행계획을 세워야한다.

공단도 이와 관련된 계획이 일부 세워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완을 해서 조직의 혁신과 효율성을 높이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기획재정부 지침이 아니더라도 늘 깨어있는 조직이라면 해야만 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에서도 고강도 처방이 산하기관에 내려 올 것이다. 공단도 각종 인사시스템 또 성과연동시스템 부분들은 불가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추세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발전하는 그런 면모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공단의 경우 인력 감축이 장애인 고용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성규: 그렇다. 예를 들면 충남 천안 등의 도시에서는 취업 알선과 상담을 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해서 그 지역 장애인들이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해서 완급을 조절하면서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해서 정부와 논의를 할 것이다.

백종환: 인력 감축은 장애인 고용의 서비스 질에 문제가 있고 또한 예를 들어 설명을 해 주신 것처럼 충남의 경우는 자치단체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충남지사 설립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 김선규 이사장의 사퇴가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에게 로비를 했다라는 명목이었다. 정부의 인력감축 문제 그리고 장애인들의 고용 서비스 질, 조직 확대 등의 문제가 쉽지 않다. 이런 난제들을 풀 수 있는 묘안이 있나.

이성규: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정치권과도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인 당사자단체의 공감 속에서 지원이 절실하다. 그 바탕위에서 정책적 공감은 분명히 만들어 낼 수 있다. 공단 내부도 조정해서 어딘가 전환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외부에서 자원이 필요하면 끌어와야 한다. 그렇게 추진할 것이다.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는 이성규 이사장. ⓒ에이블뉴스

백종환: 서울시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재직 중 진행한 ‘희망플러스 통장’의 성과가 빛났다. 취임하면서 공단에서 시행할 아이템도 생각했을 것 같다.

이성규: 아직 업무 파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씀드릴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장애인고용이란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다. 이제는 장애인고용은 없다. 중증장애인고용만 있다. 기업에서도 흔히 장애인을 고용하려고 하는데 장애인이 없다고 하는데 중증장애인을 장애인으로 생각을 못해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중증장애인 고용 패러다임으로 뭔가를 확실하게 가시화 시킬 생각이다.

백종환: 경험적으로 복지부하고 상당히 갈등관계, 혹은 긴장관계가 성립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이성규: 복지부와 얼마든지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복지부는 기초복지와 그분들의 삶에 있어서 삶의 질, 생활의 질 부분을 담당하는 아주 중요한 부서로써 그런 영역에서 할 일이 아주 많이 있다.

우리는 장애인 고용을 주관하는 고용과 노동, 취업과 고용의 질 관리 등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아주 주된 부처다. 그 속에서 일을 무궁무진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긴장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어떤 해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백종환: 아직 업무파악을 모두 하지 못한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시간이 조금 지나야 나올 것 같은데, 빠진 내용이 있다면 첨언 바란다.

이성규:우리사회에 공정성을 높이는 화두는 이미 정착이 되어 가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 복지논쟁이 일어나는 것은 조금 불안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은 국민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제스처로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있는 정치경제 화두 속에 복지와 공정성, 이 부분이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니체는 ‘열패감이 가장 강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사회가 공정하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장애인들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해 장애인들은 열패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즉 그분들의 열패감을 이제는 장애인들의 특징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이 사회의 비공정성 때문에 생기는 열패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것을 풀어주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이고 우리들의 문제다.

특히 공단이 직업을 찾고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고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또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한분이라도 더 모시는 것은 사회공정성을 분명히 높이는 일이라고 본다. 비전과 추진방향, 전략을 세우고 조직을 바꿔서 현장형·실행형 공단시스템을 만들겠다.

백종환: 복지와 공정성 말씀을 하셨는데 이명박 대통령께서 신년사에서 복지를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별적 복지를 강조하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씀하신 ‘열패감이 강한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공정성이다’는 것이 이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과 같은 맥락인가? 그러니까 대통령께서 도와주지 않아도 될 사람까지 도와주는 것은 국비를 낭비하는 것이란 취지로 신년사에서 밝혔다. 그런데 언뜻 지금 말씀하신 열패감은 대통령께서 밝힌 내용과 맞닿아 보인다.

이성규: 그렇다. 하지만 대통령이 말씀하신 것은 선별주의라고 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번 예산에도 보육시스템이라던가 보육과 관련한 내용이 이미 선투자 하는 그런 형태로 상당히 보편적 성격의 복지프로그램들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복지를 정치권에서만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라고 얘기를 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미 우리나라 수준의 복지국가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융합하는 나라로 구분을 한다.

4대보험이 이미 운용되고 있고 또 사회복지서비스가 인생주기를 맞춰서 지원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복지는 보편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보편주의라는 것에 대해 보편주의만 한다는 얘기는 상당히 무식한 얘기이다. 사실상, 보편주의만 가지고 갈 수가 없다. 그리고 선별주의만 한다는 것도 무식한 얘기다.

진보와 보수 학자들이 모여서 사회통합위원회에서 정리한 문건을 보면 양쪽 학자들은 우리나라의 향후의 복지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융합하는 것에 합의를 했다. 지금 보편주의는 마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서비스를 지원해 주는 것을 보편주의라 생각하는데 상당히 잘못된 편향된 정의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이 말씀 하신 것은 개인적으로 해석하기에는 능동적 복지 틀 속에서 국가가 기본적인 것을 보장을 하되 어떤 경우는 민간도 참여하고, 어떤 경우는 기본보장을 해주는데 더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더 지원해 주고, 필요 없는 사람은 안주기도 하고 덜 주고 하는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보편이나 선별이냐를 갖고 지원을 하는 방식은 힘들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열패감이 사회에서 볼 때에 차등의 원리, 즉 더 필요한 사람은 더 주고 덜 필요한 사람은 덜 주고 아예 필요 없는 사람은 안주는 것이다. 복지국가를 주장하는 길버트 같은 사람도 복지를 차등화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이 오히려 장래를 생각하는 고민이 베여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기본적 복지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백종환: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줘서 고맙다.

이성규:정말 열심히 하겠다. 노력하는 모습 지켜 봐 달라.

▲이성규 이사장(왼쪽)과 백종환 대표의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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