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현 씨(맨 오른쪽)를 포함한 3명의 중증장애인은 2009년 12월 탈시설을 요구하며 각 지자체에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냈다. 이들은 지역 내 자립생활을 위해 지자체에 주거지원, 활동보조 지원 등의 서비스 변경을 요구했었다. 사진은 서비스 변경 기자회견 모습. ⓒ탈시설정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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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을 원해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한 장애인의 요구가 정당하다는 첫 판결이 나와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는 황인현(40·뇌병변1급)씨가 양천구청을 상대로 낸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 대해 “양천구청장은 황 씨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지난 1월 28일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사회복지사업법 제 33조 2항(사회복지서비스의 신청)을 근거한 것으로, 국민은 복지서비스를 청구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복지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을 인정한 첫 사례다.

사회복지사업법 제33조 2항에는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보호대상자)와 그 친족 그 밖의 관계인은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보호대상자에 대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설에서 생활하던 황 씨는 2009년 12월 양천구청에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주거·활동보조·취업·재활지원 등을 해 달라’며 사회복지서비스 변경 신청을 냈다.

하지만 양천구청은 ‘황 씨는 부양의무자인 아버지가 토지를 소유하고 있어 수급자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실비입소자에 해당돼 서울시 및 정부의 무료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황 씨는 서비스 변경신청에 대한 거부처분으로 판단하고 법원에 ‘양천구청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양천구청은 “원고가 시설(향유의 집)에 자의 입소한 자이므로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을 신청할 신청권이 없고, 이 사건에 대한 회신은 원고 신청에 대한 거부 의사표시가 아니라 사회복지서비스에 관한 안내에 불과해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설령 ‘처분 등’에 해당한다 해도 원고는 시설에 자의 입소한 자이므로 그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서울행정법원은 양천구청장이 황 씨에게 보낸 회신이 “복지요구조사 미비라는 절차적 하자가 있으므로 실체적 하자 여부에 관해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위법하다”며 황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회복지사업법에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자’라는 요건 외 별도요건이 없어 황 씨에게 신청권이 있다는 점 ▲회신이 황 씨의 주거지원 등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이므로 거부처분으로 봐야 한다는 점 ▲황 씨가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여러 가지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게 되므로 법률상 이익이 있다는 점 등을 판결 이유로 내세웠다.

재판부는 회신에 대해서는 “원고에게 제공할 수 있는 주거지원시설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않은 것은 보호 여부 결정에 관한 피고의 재량권 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형량 요소를 누락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씨의 소송을 준비했던 탈시설정책위원회(위원장 김형식, )는 “이번 판결은 사회복지가 국가의 시혜적 조치가 아니라 국민의 권리며,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에 관한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져야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사법부가 엄격하게 사법심사를 할 수 있음을 천명한 것”이라며 “법전 속에 잠자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제도’를 살려낸 사회복지역사상 매우 큰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또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 복지서비스가 시설중심에서 탈시설 자립생활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며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를 활성화시켜 복지를 권리화 하고 개인에 맞는 맞춤형, 원스톱서비스가 이뤄지는 복지전달체계가 구축되도록 소송운동과 법제도개선 운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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