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장애인전용보험인 '어깨동무보험'이 소개된 내용. ⓒ우체국예금보험 홈페이지

시시때때로 보험 차별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이 장애인전용보험에서도 까다로운 가입 심사기준으로 보험가입이 어려워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주은영(여)씨. 언어청각 2급장애인 그는 11년 전 신장이식수술을 받아 현재까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며 생활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건강에 대한 불안감이 밀려올때가 많았지만, 대다수 일반 보험에 장애인이 가입하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보험 가입은 생각조차 하지 않고 포기할 때가 많았다. 그러다 5년 전 우체국 장애인전용보험인 '어깨동무보험'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기쁜 마음에 당장 가입했다. 장애인전용보험이 있어 장애인이 가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위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씨는 황당한 경험을 겪었다. 이미 '암보장형' 상품을 가입한 그는 최근 또 다른 암보험 하나를 추가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에 문의했지만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어 암 걸릴 확률이 높다"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당한 것.

주씨는 "가입 당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었음에도 암보험에 전혀 문제되지 않았는데 왜 지금은 안된다고 하느냐"며 "장애인보험은 장애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졌는데, 왜 가입이 안되냐"며 분개했다.

속상한 마음에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호소하자 우정사업본부는 "몇 년 전 가입 당시의 청약심사 기준은 위험률 및 보험시장 환경을 고려해 바뀌었다. 보험청약 거절 취소를 요청하는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남겼다.

면역억제제는 장기이식의 거부반응을 예방하거나 생체의 면역체계 활성을 막고 억제하는 물질로 신장장애가 있는 주씨에겐 없어선 안될 약물이다. 주씨는 "장애인이 가입하기 힘든 게 보험이다. 보험의 보장성 그런거 안따지고서라도 가입된다는 것 자체가 큰 행복이자 힘이었다. 예전엔 가입해주고 지금은 안해주는 걸 보면 결국 장애인은 가입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토로했다.

이어 주씨는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졌으면 개인 건강에 보탬이 되고 위안이 되야 장애인 보험이지 않냐. 장애인보험도 결국 손해보는 장사는 안하는 보험으로 장애인에겐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이에 해당 관계자는 면역억제제 복용여부와 관련된 심사규정에 대해 "내부 심사 기본메뉴얼에 있다"며 "면역억제제 등의 약물복용은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누구나 가입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장애인도 강약의 정도에 따른 가입여부가 있는 것인데 장애인보험이라고 해서 청약심사도 없이 장애인이면 다 가입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된다면 보험취지나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일반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보험가입 형평성과 위험률을 따져서 청약심사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보험 상품에 따라 심사는 각각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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