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 뉴질랜드 국회에서 15일 오후 청각 장애 국회의원의 첫 연설이 수화 통역으로 진행돼 방청석에서는 그야말로 소리없는 '조용한 환호'가 이어졌다.

방청석을 가득 메운 청각 장애인들이 말이나 소리가 아닌 수화로 자신들의 지지와 응원을 열렬하게 표시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녹색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모조 메이더스 의원은 이날 자신의 첫 국회 연설에서 수화 통역사의 도움을 받으며 다소 어색한 발음으로 연설을 이어갔다.

세 자녀의 어머니이기도 한 메이더스 의원은 "내가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당선된 것은 청각 장애 등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같은 경험과 어려움을 가진 사람에 의해 국회에 대표성을 갖게 됐다는 것을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개인으로서는 국회에서 장애인 사회를 대표할 수 있게 됐다는 데 대해 크나큰 영예로 생각한다며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방청석은 메이더스 의원의 연설을 들으려는 청각 장애인들로 가득 채워졌으며 연설 중간마다 청각 장애인들이 손으로 표시하는 소리없는 박수가 국회 의사당에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냈다.

메이더스 의원은 자신의 장애 때문에 겪은 어려움도 얘기했다.

그는 "두 살이 됐는데도 말이 없자 유아원 교사들이 내가 중증 청각 장애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나는 커다란 보조기구를 몸에 부착하고 다니지 않으면 안됐다"고 회상했다.

영국 출신인 그는 잉글랜드의 청각 장애 학교에 다니고 있던 3년간을 비롯해 어린 시절에 헌신적인 어머니와 여러 사람의 도움이 없었다면 동료를 따라가지 못했을 것이라며 장애가 있는 모든 어린이가 초기에 적절한 도움과 질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각자의 잠재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국회 토론 때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전자 필기도구 구입비 조달 문제와 관련, "국회가 하루속히 이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기대한다"며 "그래야 선출된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청각 시각 장애인들이 정보 통신 서비스 이용 기회가 개선돼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TV, DVD, 인터넷 등의 캡션이나 오디오 기능이 개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최근까지만 해도 뉴질랜드는 텔레비전 자막설명 사용 비율이 선진국 중에서는 가장 낮은 나라들 가운데 하나로 우간다도 우리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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