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부모의 숙원인 성년후견제도 시행(2013년 7월 1일)이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활한 도입을 위해 후속 법 제·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통합당 박은수 의원과 사단법인 한국성년후견지원본부는 23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성년후견 관련법의 제·개정 필요성과 입법 방향’ 세미나를 마련했다.

이날 청주대 법학과 백승흠 교수는 ‘성년후견제도 시행에 따라 제·개정이 필요한 법령’ 기조발제를 통해 성년후견제 시행에 따라 제·개정 되어야 할 관련 법률들을 나열한 뒤 개정해야할 조항에 대해 설명했다.

■개정돼야 할 법은?=백 교수는 개정민법의 후견인 자격 및 후견계약의 개시에 관한 후견인의 관찰의무, 가사소송법 및 시행규칙,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과 수용절차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정민법에서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 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다.

이와 관련 백 교수는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를 제외한 나머지 가족은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만 가족이 되므로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경우’에는 후견감독이 될 수 있게 된다"면서 “가족을 후견감독인에 선임할 수 없도록 한 것은 감독업무에 만전을 기해서인데 생계를 같이 하고 있지 않더라도 후견감독인이 될 수 없다고 내용이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정신보건법 중 강제입원과 수용 동의권에 대해 개정민법상 부양의무자가 아니라 법원의 감독이 가능한 후견인만으로 제한할 것을 주문했다.

정신보건법상의 강제입원은 법원이나 행정기관의 통제 없이 가족(보호의무자)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만으로 강제입원이 가능해 가족 간 재산탈취나 이혼,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인 것.

백 교수는 "강제입원제도를 개정민법의 취지에 맞게 정신보건법상의 보호의무자를 민법상 부양의무자가 아니라 법원의 감독이 가능한 후견인만으로 제한하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며 "성년후견제도를 통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보장까지 자연스럽게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백 교수는 정신보건법 상의 수용절차에 대해서도 "개정민법에 맞춰 강제입원 및 강제수용절차를 통일해야 한다"면서 "선고에 의한 수용, 절차능력의 인정, 절차감호인의 선임 및 재판관에 의한 사건 본인의 직접 심문, 사건 본인의 감정 및 즉시항고가 가능하도록 절차의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는 가사소송법 및 시행규칙과 관련해서는 성년후견인 등의 조력이 필요한 사람은 법원의 판결이 있을 때까지 성년후견인 등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데, 후견인 개시 심판을 받을 절차에서도 자신의 견해를 피력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개정민법에서는 성년후견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를 정신능력이 상실 돼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경우로 보고, 한정후견유형을 통해 다양한 후견을 실시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개정을 통해 여기서 정신능력의 감정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감정에 소요되는 비용의 절감이나 피성년후견인 등의 거부감 등을 줄이기 위한 절차보호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백 교수의 발제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토론자로 나선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민법에 정신질환자와 신상보호는 피성년후견인의 정신병원의 강제입원에 있어 가정법원의 강제입원에 있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정신보건법에 따르면 후견인 등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만 있으면 가능하게 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 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법원 배인구 부장판사는 “가정법원이 한정후견을 심판하는 경우 사건본인의 정신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데 한정후견신청사건의 경우 진단서만으로 심판하기는 어렵다”면서 “지금과 같이 감정실시 방법이 아니라 사건본인이 현재까지 치료받은 의료기록이나 국가로부터 받은 연금 등을 수급하기 위해 실시한 진단서 등을 참고해 짧은 기간 입원하거나 통원해 감정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 또한 “비동의 입원과 관련한 개정민법과 정신보건법을 본인의 인권존중에도 부합하면서도 양 법률이 조화될 수 있도록 정신보건법 등의 수용절차에 대해 개정할 필요성 있다”며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 입원제도를 폐지하고 후견인에 대한 입원제도를 통일할 것인지 아니면 정신보건법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을 개정민법의 특례로 인정하면서 후견에 대체하는 제도를 창설할 것인지 검토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정돼야 할 법은?=백 교수는 ▲성년후견 등기에 관한 법률 ▲후견법인에 관한 법률 ▲피성년후견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법은 법정후견에 관한 사항과 임의후견으로서 후견계약에 관한 사항을 등기(이하 성년후견등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이 없어 등기사항과 등기절차를 규정한 ‘성년후견 등기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다는 것.

백 교수는 이 법률에 ▲성년후견감독인, 보좌감독인 또는 보조감독인의 성명 및 주소 ▲후견 등이 종료됐을 경우 사유와 연월일 ▲후견 등의 종별, 개시의 심판을 한 재판소, 그 심판의 사건표시 및 확적 연월일 ▲등기번호 등이 정확히 명시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성년후견인 등이 대리권의 범위를 포함한 후견의 내용 등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증명서를 기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백 교수는 ‘후견법인에 관한 법률’에 대해 개정민법에서는 자연인 뿐만 아니라 ‘법인’도 후견인이 될 수 있다고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법인의 종류나 결격사유, 법인이 후견업무를 통해 과실을 입었을 때 법인의 책임과 자연인의 책임관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피성년후견인의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연금관련법규의 정비, 각종 복지서비스의 연동, 민·관 협력에 대해 통일적·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피성년후견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염 변호사는 상법 제732조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 대해 적절히 수정 또는 삭제한다고 주장했다.

염 변호사는 "‘심신상실’이나 ‘심실박약’은 민법상 행위능력과 관련된 용어로서 이 규정으로 인해 지적장애인, 정실질환자 등이 보험을 가입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상법 제732조는 장애인의 보험가입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해왔다"고 부연했다.

또한 “인권위가 법무부에 상법 제732조를 삭제할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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