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경찰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어 진실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천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인천연구소)는 지난 24일 인천시청 기자회견실에서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 기소돼 복역 중인 강모(29세·지적3급)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보호자 동석 없이 조사받는 등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인천연구소에 따르면 강씨는 2009년 6월 남구 도화동 소재 놀이터에서 피해자 김모(남·당시 10세)군을 발견하고 함께 놀자며 접근해 바지를 벗겨 강제 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0년 구속 기소됐다. 강씨는 징역 1년6개월, 전자 팔찌 6년을 확정 받고 수원교도소를 거쳐 현재 안양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강씨의 아버지는 “당시 경찰은 아들이 지적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현장 검증과정에서 ‘동사무소 직원이다. 장애수당을 줄 테니 따라오라’는 말로 유인하고 ‘시키는 대로 하면 집에 빨리 갈수 있다’고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내용을 충분히 인지시키고 보호자를 동석시켰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인하면 집에 갈수 있다’라고 종용하며 수사를 종결했다”고 토로했다.

특히 “경찰은 수사를 종결한 후 자신에게 전화(처음으로 연락받음)해 아들을 데려가도록 했고, 당시 담당형사에게 무슨 일인지 물었지만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크게 걱정 할 일이 아니다’라며 안심시키고는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인천연구소는 “장애인 차별의 대명사인 지적장애인(가족)들은 인권은 고사하고 법이 적시한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인천연구소는 “강씨가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역이 미약함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지적장애인의 특성에 무지해 이를 인식 못하고 일방적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비난했다.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상 공공기관의 소속원은 사법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한다. ‘인권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에도 경찰관이 사회적 약자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때에는 ‘신뢰관계에 있는 자’ 또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보조인’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인천지방경찰청 측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권침해는 없었다며 반박했다.

경찰청은 “조사(현장조사, 대질심문 등) 과정에서 보호를 받은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당시 사건현장 확인 차 강씨에게 현장을 지목토록 해 현장에 갔으며 피의자 심문조사 직전에 부친의 사무실을 내방, 사건개요 및 절차를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청은 “당시 ‘장애수당을 줄 테니 따라와라’, ‘시키는 대로하면 집에 빨리 갈수 있다’고 회유한 것은 전혀 사실무근”이며 “강씨는 말은 어눌했지만 자신의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고 경찰의 말을 이해했으며, 강씨 스스로 범행 현장을 지목하고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천연구소는 지난 5일 이번 사건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한 상태로 강씨가족들이 ‘강씨가 수원교도소 수감 시절, 동료들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부당하게 독방에 수감됐다’고 의문을 제기함에 따라 향후 이와 관련한 인권위 진정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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