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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6-27 (토)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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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전 그 남자” 신고에 발달장애 아동 강제연행 ‘논란’

지난 10일, 발달장애가 있는 13살 아들 A 군을 키우는 B 씨는 여느 때처럼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아이를 배웅했습니다. 반년 넘는 교육 끝에 A 군은 얼마 전부터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조금 뒤 회사에 출근한 B 씨에게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A 군을 돌보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화를 건 상대방의 위치는 아이가 내려야 할 신길역을 한 정거장 지나친 영등포시장역이었습니다. 혹시 길을 잃은 건 아닌지 놀란 B 씨는 곧바로 실종신고를 했는데,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B 군이 지하철에서 한 여성을 성추행하려고 해 경찰에 붙잡혀 있다는 겁니다.

■ "일주일 전, 그 남자"…성추행범 지목된 발달장애 아동

앞서 지난 3일 방화역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에서 어떤 남성이 자신을 성추행하려고 했다는 한 여성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남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고,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 추적에 나섰습니다.

일주일 뒤 이 여성은 같은 남성이 지하철에 있다고 신고했습니다. 그리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했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문제의 남성이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A 군이었습니다. A 군은 신고를 받고 먼저 출동한 역무원에게 인계됐습니다. 이후 A 군은 B 씨가 올 때까지 역무실에서 대기했습니다. 역무실에 도착해 A 군을 인계받은 B 씨는 경찰 출석 통보를 받았습니다. 성추행 혐의에 대한 피의자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습니다.

취재진과 만난 B 씨는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아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물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경찰 조사를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26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에 참석한 A 군의 아버지가 발언하고 있다.
■ "발달장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인권침해"

B 씨에게 이 같은 소식을 들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A 군이 역무실까지 오는 과정에서 무리한 임의동행을 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발달장애로 본인의 의사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는데도 무리하게 끌고 갔다는 겁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A 군이 장애인 지하철 우대카드와 복지카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 출동한 역무원이나 경찰이 충분히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A 군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끌려가면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추진연대 관계자는 "이 사건은 발달장애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인권침해이자 명백한 차별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사건을 맡은 나동환 변호사는 "경찰은 연행 과정에 대해 '임의동행'이라고 설명했는데, 임의동행은 본인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라면서 "발달장애 아동이 상황을 명확히 인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경찰이 (임의동행)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이번 사건처럼 자기 의사를 적절히 표현할 진술 능력이 없는 발달장애 아동들이 혼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언제든 범죄자로 몰리고, 인신의 구속을 당할 위험을 안고 있는 불안한 일일 수밖에 없다"면서 경찰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경찰과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민원실로 들어가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들
■ 경찰 "신고 여성도 피해자…발달장애인 수사 지침 있어"

이에 대해 지하철경찰대 관계자는 "2번째 신고가 들어왔을 때 역무원과 인근 지구대, 지하철 경찰대에서 동시에 출동했고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역무원들이 A 군을 역무실로 데리고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지하철경찰대원이 출동해 역무실에서 A 군을 만나 '몇 학년이냐'고 물었고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신고 당일 역무원들은 A 군이 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역무실로 데리고 왔고, 피해 여성과 A 군을 분리해 사실관계를 파악했습니다. 지하철경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해서야 B 군이 발달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고, 이후 매뉴얼에 따라서 직접 조사를 중단했다는 겁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임의동행'한 적이 없고, A 군 부모님이 올 때까지 데리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오늘 지하철경찰대 관계자와 면담을 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이 의도치 않게 접촉해 상대방이 불쾌할 수 있지만, 의도된 행동은 아니"라면서 "수사 단계가 아닌 경찰 신고 단계부터 발달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는 지침도 보완돼야 한다"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도 "신고를 한 여성은 성추행 위협을 느꼈다고 말하고 있으므로 조사는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A 군이 촉법소년이고 발달장애가 있어서 '수사 메뉴얼'에 따라서 신뢰관계인 입회하에 조사를 진행하고 조만간 결론을 내리겠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영민 기자 (youngm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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