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선고받은 장애인을 11년간 가둬놓은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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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30. 오후 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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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감호 명목으로 11년 4개월 수용
“장애인에 대한 차별…국가배상 소송제기”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달장애인 장기 치료감호에 대한 국가배상 청구 및 장애인차별 구제소송 관련 기자회견에서 소송대리인과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이 소송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적장애인 황아무개씨는 범죄를 저질러 2009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과 치료감호 처분을 받았다. 치료감호란 심신장애 또는 약물중독 상태 중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돼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다. 시설에 수용된 황씨는 이후 재범 위험성 평가에서 0점으로 위험 수준 ‘하’ 평가를 받았고, 의료진도 황씨에 대해 ‘치료감호 종료’ 의견을 냈다. 그러나 법무부가 황씨의 치료감호 종료를 받아주지 않아 황씨는 형기의 8배가 넘는 11년 4개월 동안 치료감호소에 갇혀있어야 했다. 참다못한 황씨가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그제야 비로소 황씨는 치료감호 종료 처분을 받아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징역형의 8배가 넘는 기간 동안 치료감호소에 구금된 발달장애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는 3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배상청구 및 장애인차별 구제소송을 냈다고 밝혔다. 국가가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강제치료와 구금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했고, 이는 장애인에 대한 차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연구소는 “누구나 범죄를 저지른 국민은 그 범죄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황씨는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지적장애인임에도 자신이 저지른 책임의 8배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치료감호소에 강제수용됐다”며 “장애인 수용자가 장애로 인해 비장애인 수용자에 비해 가중된 고통을 겪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하고 있는 차별 행위”라고 지적했다.

발달장애인으로 국가배상 소송에 나선 건 황씨 뿐만이 아니다. 자폐성 장애를 가진 이아무개씨도 형기를 마쳤지만, 여전히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다. 이씨는 치료감호소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고, 다른 피치료감호자에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일도 겪었다고 한다. 연구소는 황씨와 이씨 두 사람이 국가를 상대로 3억7천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고 전했다.

연구소는 “국가의 장애인 인권유린에 대해 책임을 묻고, 유엔에도 이 사건을 제소하겠다”며 “법무부는 이씨를 즉각 석방하고, 장애인들이 부당한 치료감호에 처해져 고통받지 않도록 치료감호제도를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정 장예지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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