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과 서울 세 모녀 사망 사건 등이 일어나자 국민들은 국가가 국민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있음에 분개했다. 그러자 정부는 사각지대를 찾아낼 수 있도록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서둘러 발표를 하였다. 탓을 시스템으로 돌린 것이다.

모든 복지 서비스를 통합 관리하고, 통계처리를 강화하면 한눈에 국민들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은 융통성 있게 사람이 하는 것으로 경직된 제도 같은 기계가 해결해 주지 못하는 것이라 결국 그런 사망 사건이 일어나도록 방치한 사람들의 손에 의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은 먹통이 되었다. 복지는 땜질이 아닌데, 땜질 계획으로 눈가림을 하려는 의도부터 문제였다.

오히려 그동안 서비스를 잘 받고 있거나, 새로이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까지 먹통으로 인해 사각지대가 되었다. 신현영 의원이 발표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시험결과 통보서에 의하면 긴급복지 62.5%, 바우처 72.4%, 시설 법인 15.4%, 장애인복지 10.0%의 결함처리율을 보이고 있다. 발견하지 못한 결함이나 미처리 건수를 포함하면 그 피해는 엄청나니라 예상된다.

올해 9월 사회정보시스템에서 지자체 공무원과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행복이음, ‘희망이음’이라는 프로그램을 개통했는데, 이 통신망을 이용해야 하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기존의 정보망과 이중으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해 당장 방치상태에 있어야 하는 수혜자들은 서비스를 굶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개통으로 약자 복지 향상 및 국민 불편 해소 정보기술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복지부의 발표는 이태원참사와 같은 너무나 안일한 언동이었다. 9월에 개통된 지자체 공무원용 프로그램인 ‘행복이음’에 발생하는 오류로 인해 많은 장애인이 업무처리가 늦어져 불편과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복지관에서 사용하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과 새로 개통한 ‘희망이음’의 데이터 이관이 진행 중이어서 분기정산 등 여러 가지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절망이음’, ‘폭망이음’이라고 하며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여지없이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개통 한 달 만에 오류가 10만 건이 발생하였고, 지금도 하루 5천 건 이상의 불통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불똥은 그대로 수혜자의 몫이다.

노대명 사회보장정보원장은 개발자 인력 투입 없이는 개선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는 대기업에 개발 용역을 맡기고, 그 개발사는 다시 하청을 주어 개발 기간이 지나고는 계약만료로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개발자가 용역 기업 소속이 아니므로 시스템에 손을 대기도 어렵다.

이는 최소한의 시험 기간을 가지고, 충분한 테스트를 거치고 검품을 철저히 해야 했다. 검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하고, 피해 국민에 대한 보상은 소급적용만이 아니라 정신적 보상과 지체상금까지 보상해야 할 것이다. 세금은 연체료까지 꼬박꼬박 받아가는 정부다.

‘행복이음’은 사업 하도급만 53곳으로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대거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의 국책과제가 알바로 처리된 셈이다. 300억 규모 대형 국가 IT 프로젝트를 제대로 이루어 내지 못한 용역 기업에 대하여는 당연히 앞으로 입찰 자격을 박탈하고, 손해배상을 물려야 한다.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기능으로 복지멤버십이 있는데, 개인의 소득·재산·인적 상황을 분석해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선제적으로 알려주는 ‘맞춤형 급여 안내’ 제도이다. 올해 8월 말 현재 944만 명(637만 가구)이 가입된 이 시스템은 1860만 건 안내(문자 153만 건)와 통합문화이용권, 이동통신요금감면 등 81만 3000건(65만 가구)을 안내한다. 수혜 복지멤버십 가입을 희망하는 국민은 '복지로'를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행정복지센터에 방문하여 신청할 수 있다.

주소지 관할 행정복지센터가 아니더라도 전국 지자체 어디서든 복지서비스 신청이 가능토록 시스템 기능을 구축하였는데, 현재 5개 사업에 대해서만 전국 단위로 복지서비스 신청이 가능하나 개별법령에 근거가 있는 6개 신규사업을 추가로 선정하여 차세대 시스템 2차 개통(9월)과 함께 전국 단위의 신청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었다.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니 행정복지센터를 가야 하는지, 아무 곳이나 가면 되는지 헷갈리고 헛걸음하기 일쑤다. 다 되면 그때 개통해도 되는 것을 왜 서둘러 사단을 만들었을까? 영유아보육료, 유아학비, 가정양육수당, 아이돌봄서비스, 영아수당은 되고 신규 6개인 아동수당,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장제·해산급여, 장애수당 등은 아직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노인복지관 등 민간기관에서도 신청인을 대신하여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할 예정인데, 지난 10월부터 7개 대상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관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칭찬을 받을 일이어도 할까 말까 망설일 것인데, 욕을 먹는 일이 생기니 누가 신청를 하겠는가.

편리를 주는 것 같지만 스스로 신청한 민간기관만 서류 접수를 할 수 있고, 모든 기관이 업무를 보는 아니므로 자주 가는 곳이라 알면 신청할 것이다. 그러니 왜 안 되느냐고 시비가 붙기 일쑤다. 더구나 시스템 오류가 많으니 해결방법을 찾기 어렵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노인일자리·사회활동지원, 여성장애인활동지원, 언어발달지원, 장애아가족양육지원, 여성장애인출산비용지원, 암환자의료비지원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에 통합되지도 않았다.

수혜자들이 아무 곳이나 가서도 신청이 가능한 것이 편리한 것이 아니라 안 가도 되는 것이 편리할 것이다. 온라인 신청사업 확대는 국민들이 어디서나 편리하게 '복지로'를 통해 복지서비스 신청이 가능토록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한다. 그러니 국민들은 그 단계를 알고 있고 기다려야 한다. 망을 늘리는 것보다 장애인 웹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했다.

장애수당 등 21종을 추가(52종, 9월 말), 희망저축계좌 등 2종 추가(54종, 11월 말), 장애아동가족지원 등 4종 추가(총 58종, ‘23. 1월) 등을 알아야 하고, 그때 가서 된다는 보장도 사실 불투명하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지원 통계처리 기능을 강화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나,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고 신뢰가 갈 때 가능한 일이다. 사각지대 발굴 위기정보를 현행 34종에서 39종으로 확대하여 좀 더 꼼꼼한 분석이 되도록 지원한다고 했는데, 본격 사업을 11월에 한다고 한 것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니 믿기 힘든 말이다.

문제가 이어지자 정부는 '차세대 시스템 안정화 추진단'을 구성해 가동했다. 10월 18일 조규홍 장관 주재로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 김영섭 LG CNS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추진단 회의에서 조 장관은 LG CNS에 적극적인 개발인력 투입을 당부했고, LG CNS는 60명의 인력을 추가 배치해 시스템을 안정화하기로 했다.

급기야 10월 27일 복지부 1차관을 본부장으로 '차세대 시스템 대응체계본부'까지 출범시켰다. 하도급 업체당 1인 꼴의 인력 투입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사후 약방문을 하는 인력 투입은 당장 문제 분석부터 어렵다. 오류를 수정해서 맞추는 방식이 아니라 원천적인 문제를 찾아야 안정화될 것이다. 정부는 독촉만 할 것이 아니라 감사원 감사와 더불어 손해배상 방안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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