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지적장애인의 신원 확인을 소홀히 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종 후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지적장애인 사건에 대해 국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공익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소송지원단장인 조창영 변호사(왼)와 민주당 박은수 의원의 모습. ⓒ에이블뉴스

국가 등이 실종된 지적장애인의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지적장애인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고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국가가 배상해야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소장 신용호)는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종 후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지적장애인 사건에 대해 "국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공익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지적장애인의 실종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최초로 관련 기관들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다.

2001년 8월 29일 경기도에 거주하던 김아무개(지적장애 2급, 당시 21세) 씨가 실종됐고, 실종 다음날 김 씨 부모는 관할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냈다. 공원을 배회하던 김 씨는 실종된 지 이틀 만에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가 '신원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려자를 관리하는 분당구청으로 넘겼고, 이후 정신병원으로 옮겨진 김씨는 2007년 5월 16일 1인 격리실 관찰구에 목이 끼어 질식사했다.

이에 대해 2009년 6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가와 성남시, 정신병원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월 국가와 성남시는 각각 500만원, 정신병원은 1,355만원을 김 씨의 부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한민국 산하의 경찰관과 해당 시의 공무원이 김 씨에 대한 신원확인 의무를 다하지 못하여 지적장애를 가진 김 씨가 부모에게 적시에 인계되지 못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공익소송지원단의 설창일 변호사는 "이번 소송의 쟁점은 '신원조회가 의무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였다"며 "지문조회가 부실하게 운영되는 등 (김 씨에 대한) 사회적 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지 발언을 위해 나선 민주당 박은수(법제사법위원회) 의원은 "사회 전반적으로 민주주의가 후퇴하면 가장 어려운 게 장애인"이라며 "사후 구제 등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의원은 "지적장애인을 위한 성년후견제 법안은 현재 국회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며 "총리실은 한 번도 소집하지 않은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소집해서 (장애인) 정책 기조를 빨리 해결하고, 대통령 산하의 장애인위원회도 만들어져 장애인 인권이 급선무라는 것을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18년간 지적장애인 부부의 노동력과 생계비를 착취해 온 농장주 박아무개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한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경북 상주에 있는 양계장 사장 박 씨는 지적장애 3급인 장 씨 부부를 자신이 운영하는 양계장에서 임금 한 푼 안주고 일을 시켰으며, 장 씨 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비와 장애수당을 갈취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박 씨를 상대로 수급비와 장애수당 횡령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체불임금과 장애수당 반환 민사소송을 제기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형을 이끌어냈으며 6천여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실종 후 정신병원에서 사망한 지적장애인 사건에 대해 국가, 지자체 등을 상대로 낸 공익소송에서 승소했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