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 교권침해, 악성 민원, 각종 고소·고발에 시달린 교사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하며 사회적으로 공분이 일어날 때 필자도 친한 지인의 사망 소식을 뉴스에서 접하게 되었다.

뉴스 속 그분의 사연은 내가 그동안 알고 지냈던 밝은 얼굴의 누나가 아닌, 괴로움에 몸부림치다 결국 젊은 나이에 사망한 또 다른 누나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그동안 우리가 무심히 잊고 지냈던, 우리 장애인들과 관련하여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 중 활동 지원업무 담당자들의 고충과 함께, 그들의 겪고 있는 고충을 해결할 방안을 같이 모색해 보고자 2023년의 끝자락에서 이 기고를 올린다.

지난 10월 활동 지원 중개 기관에서 근무하던 故 김경현 사회복지사는 자신이 일하던 중개 기관 건물 옥상에서 투신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고인은 그간 중개 기관 대표의 갑질과 직장 내 문제들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 왔으며 급기야 자신이 버젓이 근무 중임에도 중개 기관 대표는 보고서 오타를 문제 삼으며 새로운 담당자를 구하는 구인공고까지 올려 묵시적 해고통보까지 하게 되었으며 이에 고인은 결국 자신의 생을 스스로 마감하게 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 활동 지원업무 담당자들의 고충을 한번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사유들로 활동 지원서비스 대상자가 줄어들면 활동 지원 중개수수료 수입이 줄어드니 기관 대표의 심기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에 대한 화풀이 대상은 당연히 활동 지원 담당자일 것이다.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간 갈등 조정도 이들의 몫이다. 활동 지원서비스 이용기록 관리, 신규 활동 지원 신청자들 공단 배정시간에 맞춰 활동지원사 배정 및 지원시간 관리도 이들이 한다.

이렇게 수행하는 업무가 많은데 앞서 언급한 고인의 사례처럼 직장 내 갑질까지 발생한다면 사회복지계에 발을 내딛고 특별한 사명감으로 복지 수혜자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 수많은 사회복지사의 꿈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2024년부터는 사회복지 관련법 등을 개정 및 관련 조항 등을 신설해 사회복지 종사자, 특히 중증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활동 지원서비스 업무 담당자들의 직업권 침해방지와 처우개선 등 안정된 직장생활을 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권역별 갈등 조정관 제도 신설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서비스 또는 장애인 돌봄서비스 이용자와 돌봄서비스 종사자 간 분쟁 발생 시, 종전 중개 기관이나 업무수탁 기관의 담당자들이 맡아 온 상담 업무를 지자체 소속의 갈등 조정관들에게 넘겨 빠르게 해당 문제를 조정, 해결하거나 장애인 학대 등 위법사항 발견 시 조사 및 기소권도(특별사법 경찰제) 부여해 범죄사실에 대해 빠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두 번째는 공중 사회복지사병제 운영이다. 장애인 일자리와 관련된 내용이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부분이긴 하지만, 군 미필 신분의 2년제 전문학사 학력 2급 사회복지사의 병역의무이행 시 기관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복무토록 한 후, 만기 전역 시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응시 자격을 부여하고 공중사회복지사로 근무한 자 에게는 사회복지사 1급 시험응시 시 가산점을 부여하게 한다면 현재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사회복지사들의 숨통이 조금은 트이지 않을까? 물론 장애인 일자리 보장을 위해 기관별로 공중사회복지사 파견 인원은 최소로 하고 말이다.

세 번째는 직장 내 갑질 예방을 위한 관선 이사파견 의무화다. 현재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가 설립되면 일정 기간 자부담 운영 후, 그 실적에 따라 운영에 필요한 재원 등의 지원을 위해 지방의회에 자립 생활 지원조례가 제정되고 그 조례를 바탕으로 중개 기관에 운영비 등이 지원되고 있다.

해당 조례에 시장, 군수, 구청장들과 그들이 임명하는 저명인사들을 관선이사로 구성하고 인권침해 등 위법사항 발생 시 이사회를 소집해 대표자들을 해임할 수 있는 의결권까지 부여, 갑질과 부당해고 압력 등에서 사회복지 종사자들을 보호한다면 더 사회복지사들의 억울한 죽음 소식은 들리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들과 어르신들, 그리고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차상위 계층 등 그동안 우리와 함께 해왔고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할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우리가 관심을 두고, 사회복지사들의 잡업권 보호 및 처우개선을 위해 산업안전 기본법과 장애인복지법 등의 조항 신설 등을 통해 모두가 연대한다면 진정한 복지국가로서의 대한민국은 그리 멀지 않아 이룩될 것이다.

이 추운 날에도 故 김경현 사회복지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천막농성과 문화제 등을 이어나가고 있는 유가족과 민주노총 인천본부에 격려와 응원의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2024년에는 사회복지종사자들의 권익지원센터 설치를 골자로 하는 사회복지사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어 시행되는 해이다. 이 땅의 많은 사회복지 종사자들이 피와 땀, 삶을 포기한 종사자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독자들도 관심갖고 그들의 투쟁에 박수와 연대를 부탁드린다.

*이 글은 장애인권강사 강민 님이 보내온 글입니다. 에이블뉴스는 언제나 애독자 여러분들의 기고를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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