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패러글라이딩 해요…누구나 즐기는 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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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14. 오전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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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여행사 창업한 신현오 대표
패러글라이딩·갯벌체험 상품 인기
가상현실 여행체험 제품 출시 앞둬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신현오 무빙트립 대표.


“그거 장애인도 할 수 있어요?”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는 신현오(29) 대표가 지난 2년간 수없이 들었던 질문이다. 팔, 다리 근육이 위축되는 희소병을 앓고 있는 신 대표는 2018년 12월 동력패러글라이딩 등 휠체어를 타고 불가능할 것만 같은 체험 상품을 내건 여행사 ‘무빙트립’을 창업했다. 1인 기업으로 출발하며 걱정스러운 주변의 시선이 있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이용객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신 대표에게 창업과 앞으로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이달 말 스마트폰으로 하는 가상현실 온라인 여행상품 출시를 앞두고 정신없이 지내고 있어요.” 여행업계에 유례없는 불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5일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신 대표의 목소리는 밝았다.

창업 2년 만에 직원을 10여명으로 늘린 그는 올해 가상현실 여행체험 상품 출시와 서울·전북 순창 지사 설립, 자체 패러글라이딩 코스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기 보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 먼저 소비자에게 다가가겠다는 의지다.

그는 “요즘은 비대면 소비가 늘잖아요. 우리 회사도 여기에 발맞춰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온라인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이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마치 전남 갯벌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갯벌 특산품을 간편식으로 만들어 이용자 집으로 배송해 현지의 맛도 전달해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신 대표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힘들었던 20대 초반을 되돌아봤을 때 지금처럼 여행업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무빙트립 신현오 대표(가운데)가 비포장도로용 휠체어를 타고 바다를 즐기고 있다.


전북 순창 출신인 그는 네 살 때 희소병인 ‘샤르코마리투스’ 진단을 받았지만, 학창시절까지 거동에는 큰 불편이 없었다. 하지만, 팔꿈치와 무릎 아랫부분 근육이 점차 손실됐고 스무살이 되던 해 걷기가 힘들어졌다. 휠체어를 타면서부터 평범했던 세상은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광주에 자취방을 얻어 독립했지만 계단, 경사로, 사람들의 시선이 무서워 집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신 대표가 세상과 다시 만난 게 된 계기는 2011년 재활운동을 하다 만난 국두홍 목포해양대 교수였다. 어느 날 신 대표의 자취방으로 찾아온 국 교수는 저녁거리를 사 오라며 신 대표를 집 밖으로 내보냈다. 어렵사리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본 신 대표는 “가장 큰 장애물은 나였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혼자 영화를 보고 친구도 만나러 다녔다. 장애인 콜택시를 불러 혼자서 전남 담양 대나무 명소 ‘죽녹원’을 다녀오기도 했다. 친구들과 일본, 아랍에미리트로 떠난 해외여행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었다. 전남 여수에서는 동력패러글라이딩도 체험했다.

그는 “휠체어 때문에 항상 바닥만 보고 살다가 패러글라이딩을 탔는데 발아래 자유가 느껴졌다. 장애인 전문 여행사를 차려 제가 느낀 자유를 다른 장애인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외국에는 장애인 체험여행 상품이 많지만 우리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는 동력 패러글라이딩 체험 상품.


그는 2018년 각종 공모전 상금과 장학금으로 마련한 창업자금 3000만원을 갖고 광주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를 찾았다. 그러나 초창기 업무 계약을 시도한 체험활동업체들은 신 대표를 탐탁지 않게 봤다. ‘장애인이 가능하겠냐’는 반응이었다. 신 대표는 직접 체험에 나서며 업체들을 설득했고 동력패러글라이딩, 카누, 바다낚시, 스킨스쿠버, 서핑, 갯벌체험, 캠핑 등 10여 가지 상품을 운용할 수 있었다.

수요는 있었다. 한 번도 배를 타보지 못했다는 50대 이용객부터 장애 가족들과 캠핑을 떠나려는 60대 이용객, 장애 직원도 참여할 수 있는 연수프로그램을 찾는 기업 관계자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연락했다. 모든 상품은 신 대표가 먼저 이용을 해보고 불편한 점이나 안전 문제를 검토했다.

신 대표는 “무빙트립의 목표는 다른 기업처럼 이윤추구”라고 강조했다. 장애가 있는 대표가 운영한다고 해서 복지서비스 제공업체로 보는 편견을 깨트리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장애인 260만명 중 80%는 후천성이고 이 중 30%는 월 300만원 이상을 벌고 있다. 여행을 가고 싶어도 미흡한 시설 때문에 주저하는 사람이 많죠.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지사를 두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해외상품도 개발해 이런 분들이 마음껏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사진 무빙트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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