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힘찬 포부의 주인공은 스타벅스 서울대치과병원점 최예나 부점장(29)이다. 청각장애 2급인 최 부점장은 스타벅스 장애인 공개채용 면접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포부는 현실이 됐다. 입사 3년 만에 부점장으로 승진한 그를 지난달 1일 만났다.
최 부점장은 "소통이 이전에 비해서 어렵긴 하지만, 지금은 필담 노트와 양대면 카드단말기가 있어 괜찮다"고 말했다. 같이 일하는 파트너의 배려도 최씨에겐 큰 힘이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가 막 시작됐을 때 파트너들과의 소통도 힘들었는데, 한 명이 '엘레나(최 부점장의 닉네임)한테 말할 땐 마스크를 살짝 내리고 말해주자'고 했다"며 "그때부터 파트너들이 저와 얘기할 때는 마스크를 내리고 말해줘서 고마웠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마스크를 내리는 대신 음성문자변환기나 필담 노트로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장의 단골손님도 눈에 띄었다. 김준호(30)씨는 주문대 앞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필담 노트에 자신이 주문할 음료를 적었다. 김씨는 "이 지점을 자주 이용한다"며 "문 앞에 청각장애 바리스타가 있다는 안내문이 있길래 그 후로 필담 노트를 잘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리스타가 장애가 있다고 해서 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는 데에 전혀 불편함이 없어 다른 매장하고 큰 차이를 못 느낀다"고 했다.
입사 3년만인 2018년, 그는 부점장 자리에 올랐다. 최 부점장은 "처음에는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고, 준비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 부점장 자리에 지원도 안 했다"며 "하지만 한계 없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이 도전이 장애인 파트너들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에게 좋은 자극이 되길 바라서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부점장의 목표는 매장 최고 관리자인 '점장'이다. 그는 "'장애인도 잘할 수 있구나, 점장이 돼서도 이렇게 잘하는구나'를 꼭 보여주고 싶다"며 "특히 지금 근무 중인 지점처럼 지역사회에 특별한 가치를 전달하는 매장에서 근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유치에 앞장선 구영 서울대 치대 병원장은 "전문 의료인으로서의 자긍심이나 윤리 교육 등이 기본 의학 전문과정에서 더 강조돼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 장애인치과병원 자체가 학생들에게 산 교육의 장"이라며 "스타벅스 유치도 이런 관점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 병원이다 보니 환자와 보호자 모두 불편하게 대기하는 것보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유치하고 싶었다"며 "우리 사회 전반에 장애 인권과 자유가 차별받지 않고 고용에 있어 평등을 보장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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