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애서(退村涯書) - 1994
퇴촌애서(退村涯書) - 1994
오전 여덟시.
기온은 이미 30도 를 넘어선 30.2도.
기상청이 예보한 오늘의 최고기온은 섭씨 36도.
온 천지가 지친 모습이다.
논둑과 밭, 들판 어디에도 인적하나 보이지 않는다.
목줄 풀린 검둥이도 마을회관 대청마루 밑에서 혀만 내두르고있다.
천진암을 오르고 양평으로 가는 지방도로에만 에어컨 빵빵하게 돌아가고있을 자동차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서울 9일째 열대야.
2000년 이후 최장기록.
보름째 이어지는 폭염.
사람도 가축도 쓰러져...
언론들이 쏟아내는 기상뉴스 타이틀 들인데,
모질디 모진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생명력의 잡초들마저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형국이라니...
열 여덟해 전.
1994년 7월 31일.
딸 아이가 태어난 여름도 유독 기억에 남는 더위였다.
지금 아침 창 밖 대지위로 모든것을 태울듯이 쏟아지는 열기에 엄두조차 나지않아 옛 앨범을 꺼내본다.
앨범의 제목은 1994년.
지금도 미소짓게 만드는 큰 아이의 두돌 즈음 사진들 사이로 신문기사가 스크랩 되어있는데.....
7월 무더위. 90년래 최고!
거의 한달동안 30도 넘는 찜통.
가뭄일수도 1942년도 기록 갱신.
제주 감귤농장, 물 한트럭에 8만원.
서울 어제 38.4도 기상관측 후 최고!
7월중 열대야 광주 23일. 서울 20일. 대구 18일.......
어찌보면 9일째 이어지는 열대야에,
한낮 최고기온 섭씨 36도를 찍고있는 올해보다 더 극심했던 여름으로 기억되는데.......
올해 18세 이상되는 이들은 지금의 더위 이상을 이미 겪어 낸 경험(?)들이 있으니
덥다덥다 하며 쉬 지치지말고 슬기롭게 이겨낼 일이겠다.
당시 오죽했으면 일간지를 찢어 스크랩을 해 두었을까....(웃음) ^^
절기를 보니 모레인 7일이 말복이자 입추(立秋).
이달 23일이면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 다.
처서 라고 8월의 땡볕이 갑자기 식어들어 염천의 더위가 물러갈리있겠는가마는,
묘한 것은 처서를 보내고 나면 대기중의 습기가 하루하루 건조해짐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처서 이후에는 마을 정자나무 그늘에만 몸을 두어도 청량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인데.....
24절기를 꿰고 농사일이며 마을행사등에 접목해 오신 선조들의 지혜에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고...
계속되는 가뭄에,
자식들 같은 작물들 걱정으로 밭일을 나갔다가 쓰러지시는 노인들.
도시로 나온 자식들이라면 어르신들께 전화를 드려 한낮의 활동은 삼가시라 전화라도 드려야 옳겠다.
경포.. 대천.. 해운대... 해수욕장을 찾아도 스마트폰 뒀다 뭐에 쓰나.. 안부전화 한통씩 드리는 센스~
어느 광고 카피엔 집 떠나면 개(?)고생 이라던데.... ^^
첨부 : 1994년 여름. 일간지 기사 사진
2012년 8월 5일.
퇴촌애서(退村涯書) - 1994.
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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