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끔찍한 딸, 리니에게...
안녕! 린...
오늘이 2009년 1월 8일.
오늘로 캠프에 입소한지 어느덧 나흘째의 날이 되었구나.
입소식을 치룬것 까지는 지역언론을 통해서 잘 접했단다.
이제 캠프생활에 어느정도 적응은 되었는지,
또, 새로운 환경에서 친구들과 동생들은 많이 사귀었는지,
하루하루가 즐겁고 유익하고 보람된 시간들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구나.
캠프 나흘째,
오늘 문득, 집을 떠난 리니를 떠올리며 아빠는 회상의 시간에 잠겼단다.
유난히도 무더웠던 그 해 1994년.
당시 언론들도 기상대 관측기록을 들춰가며 무더위를 톱뉴스로 타전 하던 때 였지.
용광로같은 태양이 작렬하던 그 해 7월 31일.
마침내 세상에서의 첫 울음을 터뜨리며 리니는 우리 가족에게로 왔다.
유난히 힘들었던 날씨 환경을 이겨낸 탓일까?
아빠와 엄마는 지금까지도 리니에게 가장 고마운 것이 있으니
그것은 출생후 지금껏, 작은 질병 한번없이 무럭무럭 성장해주는 리니의 건강이란다.
정말이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I.M.F 한파가 몰아치던 리니 네살 때.
유치원에서 가장 어린 원아로서 년말 유치원 발표회장 무대에 섰던 리니.
이를 "앙" 다물고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아빠! 힘내세요~"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던 그 모습.
아빠와 엄마에게 당시 리니의 그 진지했던 모습은 지금도 지울수 없는 사랑과 감동의 명장면이었단다.
그후 마음이 아픈 오빠 때문에,
경기도 광주 땅으로 보금자리를 옮겨야 했던 우리 가족.
초등학교에 첫 입학한 여덟살 리니에게 두달도 못 되어 -
엄마는 너무도 꺼내기 어려운 "전학"이라는 이야기를 리니에게 할 수 밖에 없으셨지.
리니는 어린 나이임에 본능적으로 싫어 했지만,
끝내 아빠와 엄마, 더 나아가 오빠를 이해해 주고 따라주었던 그마음... 그런 리니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시골의 작고 아담한 초등학교.
한 학급이 한 학년인 그림같은 학교에서,
봄이면 입 언저리가 새카맣도록 뽕나무 열매 따서 먹고
여름이면 냇가에서의 물장구, 가을 운동회, 겨울 눈사람 굴리기...
공부는 안중에도 없고 한해 한해 천진난만하게 뛰 놀던 리니를 사랑한다.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 이라는 구호를 목이 터져라 외치며,
태극기를 베트맨 망또처럼 두르고 자전거를 내달리며 온 마을을 내달리던 리니.
우리 역사에 남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것에는 시골 사는 리니의 작은 열정도 한 보탬 했을게다.
후후...
중학교 진학.
그리고 천진난만했던 초등시절과는 달리 한층 성장한 리니.
하지만 어쩔까.....
스스로 공부를 하려고 애를 애를 써 보지만,
이미 공부가 습관이 된 친구들을 따라 가려니 그야말로 역부족.
늦은 밤, 학원에서 돌아와서도 마음대로 되지않는 수학문제로 눈물까지 흘리던 모습.
하지만 리니의 스스로 해 내려는, 굴하지 않는 그 자립심을 엄마와 아빠는 진심으로 사랑한단다.
이제 중2년 겨울방학.
결코 짧지만은 않은 13일간의 캠프.
주마등처럼 지나간 리니의 성장과정을 그려 보면서
아빠는 지금 가족 홈페이지에서 리니 사진을 띄워보며 미소짓고 있단다.
사랑하는 린.
카메라 신청했으니 부탁하나 하자.
이번 캠프에 엄마와 아빠의 바람이 있다면,
모쪼록 많은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과 우정을 나누고,
많은 동생들과 정겨운 시간을 보내며, 보다 소중한 기억들을 많이 많이 담아 오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난 뒤에도 리니의 기억속에,
그 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립고, 동생들이 보고 싶어지는 시절이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마음이 아픈 오빠와
늘 부족한 아빠의 사랑을 -
결코 "작다" 불만 표 하지않고 늘 슬기롭게 성장해 주는 리니.
사랑한다.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
안녕.
2009년 1월 8일. 목.
아빠가 캠프 떠난 딸 린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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