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의 사회활동에 필요한 리프트차량 8대를 보유하고 있다. ⓒ정봉근

미국 중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파라쿼드(Paraquad)는 1970년에 설립된 미국 최초의 자립생활지원센터 중 하나이다.

현재 이곳에는 시각, 청각, 발달, 지체장애인과 비장애인등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장애인자립생활에 필요한 당사자결정서비스 CDS(Consumer Directed Service), 활동보조서비스, 보조공학서비스, 보조기구재사용프로그램, 장애인법률상담, 장애인직업재활 서비스, 장애인건강관리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 자립생활지원센터에서는 지역사회 저소득층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의지와 당사자 주의를 높이기 위해 한달에 한번 장애인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가하는 장애인들은 일정한 금액의 월급을 받게 된다.

이들은 지역사회 명소를 갑작스럽게 찾아가 장애인 접근성 실태를 직접 평가하고 개선점을 찾아내서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기관에 고발하거나 직접 자립생활지원센터에 근무하는 변호사를 통해 소송을 진행하기도 한다.

▲접근성 관련 ADA 기준을 비교하고 있는 장애인 활동가. ⓒ정봉근

이곳 장애인들이 이번에는 지역사회에 있는 한 놀이동산을 찾았다. 놀이동산의 장애인 접근성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서 장애인 여러명이 미리 팀을 구성하고, 평가할 항목 및 평가 도구의 사용 방법을 교육받았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발달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애로 구성된 참가자들은 직접 놀이동산에 찾아가 문화활동에 직접 참여하며 당사자로서 권리를 행사한다.

직접 기념품도 구입하고 먹거리를 구입하는 일까지 이들은 소비자로서 다양한 상황을 직접 체험하게 된다. 수화통역 없이 안내 방송 내용을 알아 듣기 힘든 장애인이 직접 직원을 찾아가 수화를 사용해 본다.

어찌된 일인지 예상과는 달리 이곳 놀이동산에서는 장애인들의 방문을 미리 알고나 있었던것 처럼 장애인 접근을 위한 편의시설 및 서비스를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직접 동물에게 먹이를 줄 수 있도록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별도의 체험학습장을 갖추고 있었으며, 휠체어를 탄채로 직접 회전목마에 탑승할 수 있었고, 코끼리 공연을 관람할때는 가장 앞자리에서 보호자와 함께 조련사의 동작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관찰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이곳 놀이동산에서는 장애인들이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의 놀이기구 사용 및 동물원 시설의 사용이 가능하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공원 안을 운행하는 코끼리 열차에는 전동휠체어 2대가 거뜬히 들어갈 정도로 넓직한 좌석과 차량 바닦에 탑재된 램프가 휠체어가 안전하게 차량에 탑승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었다.

미국의 작은 도시에 있는 놀이동산 치고는 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이 너무나 잘 갖춰져 있었다.

▲미국 디즈니랜드 웹사이트 장애인 관련 정보 창. ⓒ정봉근

미국 최대 놀이동산 디즈니랜드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없을까? 디즈니랜드의 경우 인터넷 웹사이트 첫 화면에서 장애인 관련 정보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뿐만아니라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을 위한 별도의 안내 책자를 마련하고 있으며, 디즈니랜드 전체 시설의 접근성 내역이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는 지도를 입구에서 배부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채로 접근 가능한 코끼리 열차. ⓒ정봉근

과연 디즈니랜드에서 전동휠체어를 탄채로 사용가능한 놀이기구가 있을까? 놀랍게도 미국 디즈니랜드에서 대부분의 놀이기구는 장애인들의 탑승이나 참여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디즈니랜드 내에서 장애인 관련 시설 접근성을 평가하는 작업치료사와 유니버셜 다자인을 설계하는 건축가, 엔지니어들이 장애인들의 놀이공원 안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이들은 놀이동산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장애인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는 시설을 바로바로 수정하는 역할을 한다.

휠체어를 탄채로 이용 가능한 놀이기구만 수십가지, 전동휠체어 사용자의 경우 수동휠체어로 옮겨타면 대부분 놀이기구 탑승이 가능 하다.

디즈니랜드 홈페이지 장애인 접근성 안내 창에서는 의족을 착용한 장애 어린이가 부모님의 손을 잡고 놀이동산을 거니는 모습, 청각 장애인들이 직원들의 수화 안내를 받는 모습, 시각 장애인들이 오디오 보조기기를 이용하여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들이 배경화면으로 설정되어 있다.

▲디즈니랜드 놀이기구 앞에 부착되어 있는 장애인 접근성 표시. ⓒ정봉근

놀이공원 안에 있는 각각의 놀이시설은 장애인 표시를 부착하고, 장애인들이 놀이기구에 탑승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명시하고 있다.

- 수동, 전동휠체어에 앉은 채로 사용 가능한 놀이기구
- 장애인이 휠체어에서 기구로 스스로 혹은 제3자의 도움을 받아 옮겨 앉아야 하는 기구
- 전동 휠체어에서 수동 휠체어로 옮겨 타야 하는 기구
- 신장 제한이 있는 놀이기구
- 탑승자가 직접 보행이 가능해야 하거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기구
- 기구에 탑승하기 위해서 일정 수준의 체력이 필요시 되는 기구
- 아동에게 해가 될 위험이 있는 기구

▲휠체어를 탄채로 접근 가능한 회전목마. ⓒ정봉근

세계 최고의 놀이동산, 미국인들이 일생에 가장 방문하고 싶어 하는 장소 중 한곳, 전세계 아이들 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관광명소인 디즈니랜드가 그 명성과 인기를 지금까지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종, 성별,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접근 가능한 꿈의 공간을 일찌감치 구현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동물 체험학습장에 장애인 방문자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는 푯말이 부착되어 있다. ⓒ정봉근

이에 반해 국내 대기업에서 운영하고 있는 E 놀이동산의 경우 홈페이지 접근성은 물론 장애인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서 접근할 수 있는 놀이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홈페이지 한편에는 편의시설이란 항목에 장애인 휠체어 대여, 시각장애인 안내견 공원 출입에 관한 정보 정도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내용을 담고 있을 뿐이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4조'에서는 문화, 예술 활동의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이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문화, 예술활동에는 놀이동산의 접근성 또한 당연히 포함된다. 선진국에 비해 너무나 뒤떨어져 있는 국내 장애인의 문화, 예술 접근성에 대해서 장애인 단체 및 정부기관이 나서서 살펴야 할 때이다.

▲휠체어를 탄채로 접근 가능한 동물 농장. ⓒ정봉근

*정봉근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의과대학에서 작업치료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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