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 유정리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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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리 서정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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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장마.
올해는 또 얼마나 퍼부을런지..
내가..
이 곳 유정리를 처음 밟은건,
그 해의 가을 이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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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의 내 친구는..
이를테면 낙향 이었어.
약관의 나이에 꼭 한번씩의 성공과 실패.
영화와 질곡을 모두 맛보았으니
무슨 여한이 있을까마는,
아쉬움이 있다면,
안타깝게도 그 순서가 뒤 바뀌었다는 것.
성공이 먼저였던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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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갔었지.
286 이라고 아나?
그럼 386은?
후후..
286 XT 컴퓨터라는 것이 -
하드디스크 조차 없어서,
디스크 드라이브에 5.25인치 짜리
넓적한 플로피디스크를 넣어,
그날그날의 작업을수록하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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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나온 것이 바로,
AT 기종이지. 286 AT라는..
그놈은 비로소,
본체내에,
하드디스크를 갖추고 있었지.
용량이 얼마였냐고?
고작 20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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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렇게,
우리나라 기업들의 전산화는
시작되었던거야.
친구는 프로그래머 였어.
주로 기업체들의 전산화 작업을
수주받아 프로그래밍을 했지.
지금이야 ERP야, 뭐야.. 하지만,
그때만 해도, 전산화라고 해야
모두가 단일 프로그램 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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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품이 매우 훌륭한 친구는,
뛰어난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수주능력 까지도 갖추고있어,
그야말로 승승장구했지.
20년전...
약관의 나이인 20 대.
그때 이미 32평의 APT에,
로얄프린스를 굴리고 다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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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다마 라고 했나?
하룻 밤 자고나면,
밀려드는 발주서들...
혼자 시작한 사업이,
직원수만 이미 삼십명.
덩치는 커지기만 하는데,
관리능력은 역부족.
수주받은 일에만 묻혀 살다보니,
연구와 개발은
한없이 한없이 뒤 떨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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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구르기 시작한 자전거는,
이내 멈추면 쓰러지는것.
숱한 우여곡절을 겪고 나서야,
친구는 모든 것을 청산하고,
바로 이 곳 땅으로 내려왔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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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가을.
친구가 그리워 찾았지.
친구는 바로 이 곳.
유정리라는 마을로 안내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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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시리게 푸르렀던 가을하늘.
고요하다 못 해,
적막하기까지 했던
그 맑고 잔잔했던 호반.
그리고 은곡사의 약수.
용인으로 달음질 치는,
붉은단풍 곱디 고운
231번 도로의 정경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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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시작되는 지금,
그 해,
그 가을이 그리워,
이렇게 다시 찾은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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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잠자리 날개 쉬고.....
서울이,
그렇게 요란스레 바뀌어가도,
이 곳은 그저 변함이 없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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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것은 오직 계절 뿐...
호반에는 안개만이 안개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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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걷혀가는 수면은,
그야말로 고요하기만 한데,
산새 우짖고 날아가는 소리에,
내 가슴에도 잔 물결이 이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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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참 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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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놈은 재주도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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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바위에도,
풀은 피어나는 법.
결국은,
친구는 재기에 성공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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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성품이 바르고,
세상의 모든 이 들을...
넉넉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친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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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서의 생활.
그러니까 꼭 6년 만 이었을게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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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입에 거미줄 치겠느냐며,
모든 영화 잊어버리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만 살아가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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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다시 호랑나비가 되었지.
로또라도 되었느냐고?
그때가 언제인데 로또는 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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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친구가 그리워..
이 곳 땅을 가끔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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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마다 친구는,
지지리도 없는 살림임에도,
늘 집 마당에서,
투박한 시골 삼겹살을,
드럼통위에 구워내곤 했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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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소주를 입안에 털어넣으며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았지...
언제고..
언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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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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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 양지면과,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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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IC에서
곤지암으로 빠지는,
231번 도로를 이용하다보면
비록 길지는 않은 코스임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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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권에서는
그리 흔치않은,
운치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권할 수도 있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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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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