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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upil
시수필산문여행기

ㆍ작성자	이어도
ㆍ작성일	2007-03-25 (일) 10:12

ㆍ추천: 0

ㆍIP: 211.xxx.50

[가족여행기6] 김삿갓 묘, 민화박물관
[가족여행기6] 김삿갓 묘, 민화박물관

약수탕을 지나 산길로 접어드니 이건 길이 아니다.. 아스팔트 포장은 되어있는데 경사가 거의 40도나 된다. 옆 계곡을 따라 구비구비 지나가는데 이햐..이건 나무들도 거의 원시림 수준이다.(참고:강원도 접경을 지나는 중이었음)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쭉쭉 뻗은 나무들이 있단 말이지? 여름 휴가때 복작거리는 곳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물론 평일 오전이긴 하지만 거의 10분동안 맞은편에 차 한 대 지나가는 길이니.. 얼마나 알려지지 않은 길인가. 긴 오르막과 간간히 나오는 평지. 전형적인 강원도 땅이다. 겨우 접경지역일 뿐인데. 드디어 고개마루.내리막길로 접어서니 끝이 보이지 않는 산.산.산. 구절양장이 한계령이나 대관령에만 있는 게 아니구나.

지겨운 내리막을 다 내려오니 또 뭔가 나무색 간판이다. 이건뭐지? 뭐? [김삿갓묘?] 삿갓 할아버지께서 여기서 주무신다구? 가보자 고작 3km래는데 안가면 후회할라..입구로 접어드니 양쪽 토사방지 축대에 김삿갓님의 에니메이션 캐릭터가 참 이쁘게 그려져있다. 이번 여행에서 늘 느끼는 점이지만 우리나라가 관광사업에 대한 투자도 꽤 많이 하고있다는 생각이 또 든다. 그렇다. 덜렁 건물 하나, 묘 하나 보러 누가 오겠는가?

계곡이 환상이다. 유월의 녹음 아래로 흐르는 물도 초록색이다. 아이들이 환성을 지른다. "얘들아 묘 보고 내려 가 보자" 약 2km를 올라가니 묘가 보인다. 아직 공사가 덜끝났는지 묘 말고는 볼 것이 없다. 그치만 그곳에서 김삿갓의 일생을 아이들에게 들려 주었다. 특히 자기 친 조부인지도 모르고 조부를 비난하는 시구를 지어 급제했다가 나중 자신의 출생연분을 알고 하늘이 부끄러워 삿갓을 쓰고 다녔다는 부분이 가슴이 아프다. 물론 유교적 도덕 관념에서 한 일이겠지만, 모르고 한 일까지 책임지는 옛사람과 알고 하고서도 끝내 하지 않았다고 버티는 오늘날 우리 정치인들의 행태가 대비되어 더 입맛이 씁쓸하다.

내려오는 길에 [한국민화 박물관]에 들렀다. 두번째 보는 [사설]박물관이다. 입장료는 국공립보다 비싸지만 (그래봐야 2-3000원)알차게 꾸며져 있다. 우리 민화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특히 그냥 그림으로만 생각했던 민화가 일일이 의미가 있다니.. 예를 들어 자물쇠나 선비방에 그린 물고기 그림은 물고기가 눈을 감지 않는다는 속성을 바탕으로 도둑을 ？거나,면학의 정신을 강조했다니..서양식 [감상]이 아니라 동양화는 [독화]가 필요한 것 같다. 화투빼고 ^^ 그곳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거의 우리또래)가 참 친절히 안내해 준다. 그림 하나하나를 일일이..그래서 이곳에선 아빠의 지식 짧음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히히..

약속대로 박물관 아래 계곡을 걸어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계곡. 물을 바위를 훑고 으르릉거리며 사납게 흐른다. 평지를 만나면 다시 거울이 되고.. 아아 저 물의 유연함이여! 아이들은 팬티만 남기고 다 벗고 뛰어든다. 우리 부부도 다리를 걷고 바위에 앉았다. 따스한 햇빛과 차가운 물. 첨벙거리며 노는 아이들을 보며 우리부부느 다음에 이런 곳에서 노후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아침이면 안개가 흐르고 저녁이면 나무타는 연기가 향기로운 곳.고된 일도 없고 걱정할 일도 없는 곳에서. 그래. 무릉도원이 별건가.. 마음과 자연이 만나면 그곳이지.

'조용한 호숫가에 아무도 없는 곳에
우리의 나무집을 둘이서 만들자.
흰눈이 온세상을 깨끗이 덮으면
작은손 마주잡고 지는 해 바라보자'

때로는 노래 가사가 이렇게 아름답다는것을 느낀다. 무엇이 문학성인가? 인정(?)받은 시인이 쓴 평범한 말은 무조건 심오한 인생의 의미가 있고 유행가 가사는 아무리 아름다원도 저속하다구? 그래 니들이나 소쩍새 쳐다보며 거울앞에서 국화나 길러라..킥킥.. 따스한 햇살이 빙그래 웃으며 나를 내려본다. 다리 담그고 뒤로 누우니 집사람이 모자를 얼굴에 얹어 준다. 그래.. 서로 기대고 살자.

이 글은 한국관광공사 [나의여행기]에 올려진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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