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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supil
시수필산문여행기

ㆍ작성자	이어도
ㆍ작성일	2007-03-25 (일) 10:14

ㆍ추천: 0

ㆍIP: 211.xxx.50

[가족여행기4] 도산서원
[가족여행기4] 도산서원

[도산서원]

자그마하지만 깊이가 있는 도시 안동시내를 빠져나오니 바로 시골길이다. 6월의 푸르름속에서 논과 산 마을이 모두 신록으로 덮여있다. 시골에서 자라진 않았지만 웬지 정감이 가는 풍경. 논에서 피를 뽑는지 한두사람이 서성이고 있다. 힘들고 더우시겠지.. 덕분에 우리 쌀로 아직 밥을 해먹고 있음에 감사드린다. 그분들께. 하지만 정부의 양곡정책이랑 농지정책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다. 저렇게 어질고 순한 사람들을..

역시 표지판이 잘 되있다. 전혀 초행길이 문제 되지 않는다. 주차장에 차를 대니 아가들은 여전히 쿨쿨.. 이거 큰일이다. 깨울 수도 놔 두고 갈 수도 없다. 그런데 그 때 천사가 나타났다. 오전에 봉정사에서 본 여학생 3명이 도산서원쪽에서 걸어 나온다. 붙잡고 부탁을 한다. 30분 동안 보고 올테니 아기들 좀 봐 달라고. 쾌히 승락을 한다. 야호.
음료수랑 아이스 크림을 사서 안겨주고 두부부는 홀가분하게 서원으로 향한다. 슬그머니 집사람이 팔짱을 낀다. 왜 안그렇겠는가. 단 둘이 다니기가 힘든 아이들 나이니..길을 돌아가니 강이 보이고 강을 끼고 도니 서원이다. 괜히 1000원자리를 꺼내 사진이랑 실물이 같은지 비교해 본다. 이래도 되는건가? 히..

이 현판이 그 유명한 한석봉 글씨란다. 선조임금이 직접 내리신 현판을 한석봉이 썼다고 하니..선조의 퇴계에 대한 애정의 깊이가 느껴진다. 70회나 벼슬을 사양하시며 후손 양성을 위해 이곳에 서원을 짓고 은거 하셨다니 재물과 명리에 마음을 버리지 못한 내가 웬지 부끄러워진다. 건물들은 크다기 보다는 다 실용적으로 짜여져 있다. 조밀조밀하게 방이 많고 자그마한 정원에 뒤돌아 보면 탁트인 들판과 강물이 보이고. 유적 전시관에는 베시던 베개부터 서적 문방 사우까지 잘 갖춰져 있다. 짚고 다니서던 지팡이..끝이 닳아있음이 마치 선생이 방금 돌아와 세워두고 책을 읽으시는 것 같다. 그 인자한 보습과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다 둘러보고 문을 나서니 다시 강이 앞을 가로막는다. 강건너 자그마한 언덕위에 웬 정자가 있다. 그지역 선비들이 [시회]를 하던 곳이란다. 아마 선생도 그날은 참석을 하셨으리라. 500년전의 세월을 마음의 눈으로 거슬러 가본다.
흰 창옷을 입은 선비들,그들을 수행해온 종들과 부담마.푸른하늘과 강아래 그 모습들이 쭈욱 손에 잡힐 듯 하다. 호사유피 인사유명.

주차장에 오니 아이들은 아직도 자고있고 아가씨들은 나무그늘에 앉아있다. 인사를 하고 다음 우리는 부석사로 갈건데 어디로 갈거냐고 물으니 안동으로 들어간단다. 작별을 하고 부석사로 향한다. 그런데 길을 잘 모르겠다. 중간에서 분명히 지름길이 있는 것으로 도로지도에는 나와 있는데.. 얼마쯤 가니 교통 초소가 나온다. 얼른 갓길에 세우고 들어가서 길을 물었다.

순경 한 명은 다리뻗고 자고 있고 전경 한 명은 열심히 컴퓨터를 하고있다. 일을 저렇게 열심히 하지를 않을테고.. 길을 물으니 전경이 잘 모른다. 순경을 깨워 물으니 친절히 나와서 설명해준다. 이 길로 가다가 삼거리가 나오는데.. 그때 112순찰차 한 대가 들이 닥친다. 무궁화 하나. 아마 순시 중인 모양. 황급히 순경이 뻗뻗이 경례를 한다. 그러고 더 침을 튀기며 아까 했던 설명을 반복한다. 이번엔 내 지도에 볼펜으로 줄을 그어가며 한다..말릴수도 없구..하이구..참..하하. 나도 열심히 고개를 끄덕여 준다.무궁화 아저씨도 같이 듣는다. 허참.. 만약 길설명이 귀챦아 모른다 하고 다리뻗고 계속 잤더라면.. 그대로 걸렸을 거다. 그래서 사람은 착하게 살면 복을 받는가 보다.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나오니 잘가라고 거수경례까지 한다. 그 순경도 마침 그때 길을 물어준 내가 고마왔을 것이다. 차에 와서 이야기를 하니 집사람도 배를 잡는다. 아! 이 푸르른 즐거운 여행..

이 글은 한국관광공사 [나의여행기]에 올려진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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